[의학산책] 정형외과에서는 왜 자꾸 쓸데없는 검사를 하라고 할까? - MRI, CT와 X-ray의 차이점

살면서 정형외과를 단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걷다가 다리를 삘 때도 정형외과에 가고, 

교통사고가 났을 때도 정형외과를 먼저 찾는다. 

허리가 아파서 척추관협착증, 허리디스크가 의심될 때도 정형외과에 간다. 




정형외과에 가면 제일 먼저 X-ray, CT, MRI 를 찍자고 하지 않는 의사도 본 적이 없다. 

MRI는 비싸 죽겠는데 자꾸 찍자고 하고, 

CT는 방사능이 우리 몸에 그렇게 안좋은데 방사능 쌓이게 찍으라고 하고, 

X-ray는 별 필요도 없는 것 같은데 약방의 감초처럼 맨날 찍으라고 하고. 

그러면 도대체 MRI, CT, X-ray는 어떻게 다른걸까 궁금한데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은 없고. 

그래서 이번 글을 통해서 속 시원하게! 궁금증을 박박 긁어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속이 시원~한 사이다 한 잔을 원샷한 기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 그럼 MRI, CT, X-ray는 도대체 무슨 검사일까?

제일 값이 저렴한 순서로 살펴보겠다.


 

첫번째, 엑스레이다.

엑스레이 필름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초등학생부터 어른들까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검은 배경에 뼈들이 을씨년스럽게 보이는 사진. 

엑스레이는 진단 장비중에 가장 기본적인 장비로, 엑스레이를 통해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물체마다 엑스레이가 통과할 수 있는 "투과력"이 다르기 때문에 색깔이 다르게 나타난다.

공기처럼 투과가 잘 되는 물질은 검은색으, 뼈나 물처럼 투과가 잘 안되는 물질은 희게 표현된다.

그렇다면 희게 보이는 것이 관찰이 잘 되므로 엑스레이에서는 뼈의 병변을 가장 잘 볼 수 있겠다. 




이런 식으로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서 손가락 뼈가 아주 잘 관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이 의사가 골절이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검사인 엑스레이를 찍어볼 수 있겠구나를 알았다.

그러면 엑스레이가 골절만 관찰할수 있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엑스레이를 촬영하는 기법에 따라서 볼 수 있는 것이 수만가지이다.


 

우선 인대가 늘어난 것 같아 정형외과에 내원했을 때를 가정해보자. 

아까 우리가 배운 것처럼 넘어지면서 혹시나 작은 골절이나 금이 갔는지를 제일 먼저 확인가능할 것이다.

발목이나 무릎 인대가 손상된 것 같아서 병원에 가본 사람은

영상의학과 의사가 안그래도 아파 죽겠는 다리를 비틀어 제끼면서 영상을 찍으려고 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자, 왼쪽이 정상적인 우리 무릎 관절 사이의 관격이다.

오른쪽처럼 무릎 바깥쪽에서 강한 힘이 가해졌다고 했을때 우리 무릎 안쪽의 인대가 끊어지게 될 것이다. 

인대가 끊어지면 이 왼쪽 사진처럼 균일한 관절간격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맥컬리컬킨의 나홀로집에의 한 장면을 생각해보자.

케빈이 혼자 집에 남아 먹을것이 없어 마트로 혼자 쇼핑을 다녀온다. 

비닐가방 손잡이 한쪽만 끊어져도 우수수 쏟아지는 물건들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무릎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안쪽 인대(medial collateral ligament)가 끊어지게 되면 

적절한 관절간격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손상된 것 같은 무릎쪽에 힘을 주어봐서 관절간격이 다치지 않은 쪽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비교해보면

엑스레이를 통해서도 인대가 손상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정형외과에서 일어나는 예시만 이야기했지만 

엑스레이가 의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크다. 




근골격계 질환이외에도 폐, 심장 등의 질환에서도 엑스레이는 중요하다. 

엑스레이를 통해서 심장의 실루엣을 볼 수 있는데, 이 심장의 실루엣을 통해 심장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다. 

폐에 염증이 차거나, 피가 차거나, 기흉이 발생했을 때에도 엑스레이를 통해 빠르게 진단 가능하다. 

위 사진처럼 몸통을 앞면부터 뒷면까지를 사진 한장으로 표현 하능한 것이 엑스레이 이다.








그러면 엑스레이만 가지고도 이렇게 많은 질병들을 진단할 수 있는데

도대체 비싸고 방사선도 많은 MRI랑 CT는 도대체 왜 찍느냐,

의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 이런 비싼 검사들을 막 찍으라고 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다. 


이제 MRI, CT를 어디서 이용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두번째로 비싼 검사인 CT이다.


위의 영상이 바로 CT 영상이다. 

CT가 엑스레이와 어떻게 다른지 차이점이 보일 것이다. 

엑스레이처럼 검은색이 공기인 것 같고 흰색이 액체나 뼈인 것은 동일하다. 

그런데 엑스레이 사진과 비교해보면 CT는 몸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엑스레이는 몸의 전면부부터 후면부까지 엑스레이가 투과하는 모든 물체들의 음영을 보여준다. 

그러나 CT는 몸의 단면만을 보여주어 더 정확한 해부학적 위치와 특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CT는 재구성(reconstruction)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위의 사진처럼 골절이 일어난 상황을 보자.

위키피디아에 나와있는 환자인데, 오토바이 사고 후 정강이뼈의 골절로 병원에 내원했다. 

우선 아까 우리가 함께 배운 것 처럼 의사는 엑스레이를 통해서 골절이 있는지, 관절 간격은 어떤지를 우선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언뜻 보기에도 아까 봤던 정상 무릎 사진과는 다른 모습이 보인다. 

이 환자가 골절이 되었다는 사실, 관절간격도 이상하고 관절 모양도 이상하니 분명 인대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 환자를 수술해야한다고 생각해보자.


A의 사진만 가지고 환자의 무릎에 칼을 대고 자신있게 열 수 있겠는가?

엑스레이는 우리 몸을 통째로 꿰뚫어보는 것이기 때문에 3차원을 2차원에 표현한 영상이다. 

그런데 CT는 아까 재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굉장한 특징이라고 했다. 

위 영상처럼 몸의 단면을 아주 짧은 간격을 두고 촬영하면 2차원 영상을 이용해 3차원 영상을 구현해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CT reconstruction 영상이다.

위의 환자에서 B와 C 사진처럼 CT를 이용하면 이 환자의 어느 뼈가 완전히 부서졌는지, 

그 부러진 뼈조각은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정확한 수술적 접근이 가능해진다. 


생각해보라. 

라이언킹에 나오는 심바가 다쳐서 수술을 해야하는데 애니메이션 모습의 심바를 수술하는게 정확도가 높고 수술이 빠를지, 

아니면 이번에 새로 나온 라이온킹 처럼 입체감있는 심바를 수술하는게 빠르고 정확할지. 






이제 마지막으로 제일 비싼 검사인 MRI에 대해서 알아보자

MRI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상 가장 값비싼 악명높은 검사다. 

의사들이 쓸데없이 MRI를 찍어서 돈을 번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정말일까?


wikipedia의 spine lateral 사진들


자,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사진들을 생각해보면

A는 엑스레이임에 틀림이 없고, B는 순서상 CT일 것이다.

C가 바로 MRI 사진이다. 

이 세가지 사진의 차이점이 눈에 보이는가? 



A와 B, 즉 x-ray와 CT는 뼈를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C , MRI 사진을 보면 다른 사진들에서는 검게 뭉뚱그려 보였던 뼈 주변 근육, 지방, 인대 등 연부조직들이 아주 선명하게 보이는 것을 관찰 가능하다.

특히 MRI의 경우 우리 일상 속에서는 허리에 통증을 보일 때 많이 찍게 되는데,

허리에 있는 디스크가 돌출되어 척수를 눌러 통증을 유발할 때 척수가 눌렸는지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검사가 바로 MRI이기 때문이다. 


연부조직이라 함은 근육, 인대, 연골, 척수 등 뼈처럼 단단하지 않은 조직들을 의미한다. 

MRI의 경우에는 바로 이 연부조직의 관찰에 중점을 둔 사진이다.


따라서 MRI를 통해서는 아까처럼 추간판탈출증일 때 척수가 눌렸는지 확인하거나, 

연부조직에 염증이 생겼는지, 조직이 괴사되었는지, 감염이 생겼는지, 종양이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왼쪽 사진은 고관절 골절로 인해 생긴 무혈성 괴사증(avascular necrosis)를 MRI로 본 사진이고, 

오른쪽은 brain tumor를 MRI 를 이용해 관찰한 사진이다. 



자, 이제 우리는 어떤 영상의학적 진단을 어떤 질환에 처방하는지 알게 되었다. 

허리에 통증이 있을 때 CT를 찍는다는건 뼈의 병변이 있기 때문이고, 

MRI를 처방한다는 것은 척수가 눌렸는지 확인하고 그 척수를 더이상 눌리지 않게 처치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X-ray는 모든 검사의 기본으로, 이를 통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지만 

2차원적인 영상이기에 한계가 있어 CT처럼 골절의 정확한 해부학적 위치를 알지 못하고 아무래도 연부조직을 잘 볼 수 없기 때문에 

CT, MRI를 추가적으로 찍게된다는 것을 배웠다.


뼈, 골절 = x-ray

뼈, 골절, 뼈종양, 조영증강 =  CT

연부조직 감염, 종양, 척수 눌림 확인 = MRI


오늘 예시로 들었던 근골격계 질환들 이 외에도 수많은 질환들이 존재하고, 

심초음파, 혈관조영술 등등 수많은 질환을 치료하는 무궁무진한 진단방법들이 존재한다.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질환에 대해 알 수는 없지만 

이런 병에 있어서 이런 검사방법을 이용한다는 이런 큰 틀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면 한다.


환자와 의사가 함께 걸어가가는 그날까지!

의학산책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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