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산책] 비행기에 타서는 안되는 사람이 있다?

저번 게시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비행기 안의 압력은 한라산 꼭대기의 압력과 동일합니다.

기압이 낮기 때문에 산소의 비율이 낮아지겠죠?

정상적인 상태라면 한라산 꼭대기의 압력을 견딜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이라면 수학여행으로 제주도 한라산 등반을 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한라산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 죽을 만큼 다리가 아프긴 하지만 기압 때문에 힘들지는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렇게 산소가 적은 상태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산소가 적은 상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비행기 내에서 저산소증(hypoxia)에 빠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번 게시글에서 저산소증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저산소증이 일어나면 우리 몸에서 적응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도 기억하시죠?

모두 기억하시겠지만! 혹시라도 저처럼 기억이 안나시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요약하겠습니다.

 

우리 몸에서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부족한 산소를 더 채워 넣으려고 호흡수를 더 많게 하고

우리 몸 안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의 양을 더 늘리기도 하고, 

폐의 혈관을 확장시켜서 산소를 더 많이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따라서 기내에서처럼 산소 분압이 낮아지는 상황 때문에 

중증의 심장병이 있는 환자이거나, 

임신 32주 이상 된 임산부

태어난지 2주 미만의 신생아는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중증의 심장병이라고 한다면 모호하다고 생각이 드실 텐데,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의하면 다음 환자들은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 불안정성 협심증
  • 조절이 안 되는 심부전이나 부정맥이 있는 환자
  • 2~3주 이내에 합병증이 없는 심근 경색을 앓은 환자
  • 6주 이내 합병증이 있는 심근 경색을 앓은 환자
  • 2주 이내에 심혈관우회술(CABG)을 받은 환자
  • 심한 증상이 있는 심판막 질환을 가진 환자

 

 

 

또한, 기내에서는 산소 비율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기내의 압력 자체도 대기압보다 작습니다.

학교에서 과학이나 물리시간에 샤를의 법칙이나 보일의 법칙에 대해서 배우신 적 있으실 텐데요,

여기서 보일의 법칙이 또 등장합니다.

보일의 법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보일의 법칙"

보일의 법칙에 의하면 기체의 부피와 압력은 서로 반비례합니다.

공기의 양이 일정할 때 그 공기를 담고있는 용기의 부피가 작아지면 공기의 압력이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기내의 압력이 대기압보다 작아지게 되므로

우리 몸 안에 있는 공기의 부피도 땅에 있을 때보다 하늘 위에 있을 때 더 커질 것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습니다.

폐의 경우 열려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압력조절 하는데 어려움이 적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의 귀를 생각해봅시다. 

 

출처 : 위키피디아. anatomy of the ear

 

우리 귀에는 고막(tympanic membrane)이 있기 때문에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죠?

이렇게 우리 귀는 고막을 기준으로 고막의 바깥쪽을 외이도(external ear)라고 부릅니다. 

고막과 이관, 같은말로 유스타키오관을 포함한 구조물을 중이(middle ear)라고 합니다.

내이(inner ear)는 우리가 고막을 통해 받아들인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우리 뇌로 보내는 와우(cochlea)가 있는 곳입니다. 또한, 우리 몸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구조물도 존재합니다.

 

외이와 중이 사이에 고막이 존재하기 때문에 고막 안쪽의 공간은 공기가 통하지 않는 막힌 공간이 됩니다.

그러면 비행기에 타는 것처럼 압력이 급격하게 변하는 상황에서 우리 몸이 그 공간 안의 압력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풍선껌을 크게 불다보면 어느 순간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게 됩니다.

풍선껌처럼 우리 고막이 터져버린다면, 우리가 소리를 듣는 기능을 상실하게 되겠죠!

따라서 이런 압력을 조절하기 위해 있는 구조물이 바로 이관, 즉 유스타키오관입니다.

귀가 먹먹한 느낌이 들 때 하품을 하면 귀 먹먹함이 풀리는 경험을 한 번씩 해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바로 이관이 작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고마운 이관이 우리에게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비행기에 타서도 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압력 조절 기능이 부족한 유스타키오관이 막혀버린 중증의 중이염을 앓고 있는 환자분들께서는 비행기로 여행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죠?

수술 등으로 뇌신경계통에 공기가 유입된 환자나,

배를 여는 수술을 한 지 10일이 아직 되지 않은 사람도 우리 몸속에 있는 공기의 부피가 커져서 혈관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비행기로 하는 여행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비행기 여행을 조심해야 하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미리미리 본인의 상태를 파악하고, 어떤 방식으로 이동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환자와 의사가 함께 걸어 나가는 그날까지!

의학산책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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